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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남자와 여자의 기대수명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남자는 왜 갈수록 일찍 죽는 것일까? 여성이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거의 6년이나 더 오래 산다. 여성에게 축복일까 재앙일까? 자못 궁금할 뿐이다.
물론 누구도 자신의 수명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지만, 조기 사망을 예방하고 오래 건강하게 사는 방법은 충분히 존재한다. 남녀 수명 격차가 무려 6년이나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83.5세이다. OECD 평균(81.1)보다 2.4년 더 길다. 한국인은 현재 세계 최상위권의 수명을 누리고 있다. 이를 성별로 보면 눈에 띄는 차이가 보인다. 한국 남성 기대수명은 79.9년으로 여성(86.6년)보다 6년이나 짧다. 부부가 같은 집에서 오래 살아도 생활 습관이 다르면 수명 차이가 난다. 이러한 격차가 인간 고유의 숙명인지 아니면 개선이 가능한 일인지 궁금할 뿐이다.
인류는 늘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기간을 극대화하려는 염원을 갖고 살았다. 최대한의 수명을 누리고자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더욱이 남자와 여자는 자손을 낳고 서로를 지키면서 상호 보완적으로 함께 살아야 하는 운명을 지녔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는 그것은 형평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행복과 존엄을 지키는 데도 큰 영향을 준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공격적이고 도전적이며 무모해 위험한 상황에서 손해를 본다는 분석이 있다. 반면 여성은 방어적이고 보호적이며 사교적이어서 무리하게 대응하지 않아 생존에 좀 더 유리하다고 한다.
또 현실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전쟁, 격투 및 과격한 상황에 더 자주 노출되고 생활 습관 면에서 상대적으로 흡연과 음주 빈도가 높은 것도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세계 여러 지역 사례를 살펴보면 남녀 사이에 비록 생물학적 차이가 있더라도 후천적 노력으로 수명 격차를 극복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남녀 간 수명 차이를 살펴보면 원래부터 여성이 일방적으로 우세하지는 않았다.
선진국에서도 19세기까지는 여성 수명이 더 길었다는 증거가 없다. 20세기 들어 수명이 전 반적으로 길어지면서 여성 수명이 상대적으로 더 늘어난 게 세계적 추세다. 문화적 · 사회적 환경이 개선되면서 나타난 수명 연장 혜택을 여성이 더 크게 받은 것이다.
인류는 그동안 인종차별, 성차별, 연령차별을 차례로 극복하며 발전해왔다. 이제 남은 문제는 남녀 수명차별이다. 이를 해소하는 건 인권 평등과 인간존엄성을 지키는 중차대한 일이라는 의식을 갖고 사회·문화적 해결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우리가 일반적 익히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산다고 한다. 물론 여성의 생식기 질환으로 인하여 암 사망률은 높은 걸로 알고 있다. 일단 전체적 측면으로 보았을 때 여성은 왜 남성보다 오래 살까? 여성의 식습관이 더 건강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체질적 요인 탓일까? 오래전에는 출산, 전염병, 전쟁으로 인하여 남녀 모든 수명이 단축되었다. 그러나 의학이 발달하면서 남녀 기대수명이 연장되었으나 여전히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산다.
우리나라의 사망 원인 1위는 심장병이다. 따라서 남녀 간 기대수명 차이를 줄이려면 심혈관 질환 예방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남성이 여성보다 담배를 더 자주 피운다. 전자담배도 예외가 아니다. 전자담배는 혈관을 좁게 만들고 혈압과 심박수를 증가시키며, 결국 심장에 부담을 줘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전자담배로 대마초를 피우는 경우도 혈압을 상승시켜 심장병 위험을 증가시킨다.
남성이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남성은 일반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더 많이 느끼고, 친구들과 감정을 공유하지 않으며, 여성보다 치료를 덜 받고, 정신 건강 약물 복용 비율도 낮다. 또한 우울증이 남성과 여성에게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쉽게 간과되기도 한다.
몸을 관리하고 마음을 관리한다. 그리고 서로 돌본다. 이 간단한 원칙만 지켜도, 남녀 간 기대수명 격차를 줄이고 더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그래야 남편은 아내보다 일찍 죽지 않는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인구 동향 조사-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60대 남자의 사망률(9.3%)은 같은 연령대 여자(3.5%)와 비교하면 2.7배 높았다. 50대는 2.4배, 70대는 2.2배였다. 남자는 몸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중년의 ‘건강 고비’를 잘 넘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늦어도 40대부터 금연, 절주, 식습관 관리, 운동 등을 통해 몸 관리했다면 사망률을 낮출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남녀 수명 차이는 유전자, 모험을 즐기는 습성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역시 흡연, 과음이 큰 몫을 차지한다.
물론 유전자의 영향도 있지만 남편이 술-담배, 운동 부족에 찌들어 산다면 사망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흡연은 고혈압, 당뇨병과 함께 뇌졸중(뇌경색-뇌출혈)을 일으키는 1순위다. 다행히 목숨을 건져도 몸의 마비 등으로 인해 간호가 필요할 수 있다. 살아도 가족을 힘들게 할 수 있다. 내가 생활 습관을 바꾸면 가족이 편안하다.
우리나라 인구는 50대까지는 남자가 더 많지만 60대부터 역전된다. 60대 성비가 96.9, 70대 71.9 등 나이가 많을수록 남자 수가 줄어든다. 결국 이런 현상이 계속 나타나면 여성은 결혼연령 차이를 포함해 최소한 6년 이상 과부(寡婦) 생활해야 한다. 끔찍한 삶을 살아야 한다.
왜 남편은 아내보다 일찍 세상을 떠날까? 어느 80대 여성 노인은 남편의 식사를 챙기기 위해 모임 중 일찍 가는 날이 많다. 남편은 간단한 식사 준비도 못 한다. 집안일을 돕지 않는 오랜 가부장적 생활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몸을 움직이는 가사도 건강에 좋은 훌륭한 신체활동이라고 강조한다. 편하다고 집에서 꼼짝도 안 하면 오히려 본인의 건강수명을 단축할 수 있다.
나이 들어도 몸을 자주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노쇠가 빨라진다. 남성들도 음식 조절, 신체활동을 더 열심히 하면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에 큰 도움이 된다. 집에서 청소를 도맡아 하면 아내를 기쁘게 하고 운동도 하는 일거양득의 건강효과를 거둘 수 있다. 건강에 관심을 쏟는 만큼 몸이 건강해진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어쨌든, 남성들이여! 하루 30분 이상 유산소운동을 하자. 과도한 운동은 피하자. 비만을 예방하자. 흡연은 장수를 가로막는 최고의 적이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자. 스트레스는 즉시 해소하자. 무모한 행동을 남자답다고 착각하지 말자. (한남대 명예교수, 사회학 박사)
출처 : 시정일보(https://www.sijung.co.kr)